'탈탄소' 야심찬 목표 세운 韓 해운···예산은 10분의 1 수준
우리나라 해운 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한 예산이 실제 필요한 규모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26일 한국 해운 분야 탈탄소 경로에 대해 분석한 ‘대한민국 해운 부문 2050 탄소중립 경로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2030년 해운 분야 온실가스 배출 60% 감축(2008년 대비), 2040년 8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잡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경우 2030년 30%, 2040년 80%, 2050년 100% 감축이 목표다. IMO 대비 훨씬 빠른 속도의 탄소 감축을 계획한 셈이다.
국내 해운 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한 정부 예산은 8조원(공공·민간 투자 유도 포함)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실제 필요한 재원이 8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장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온실가스 배출 선박 교체다. 현재 대부분의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중유를 주된 연료로 사용한다. 중유의 대안으로 지목되는 연료로는 LNG, LPG, 메탄올, 바이오연료, 수소, 암모니아 등이 있다.
다만 LNG, LPG는 중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지만 화석연료로서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한계가 있다.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은 생산·저장 비용이 비싸지만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생산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무탄소 연료를 실현할 수 있다. 보고서는 해양수산부의 탄소 감축 경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LNG·LPG보다 무탄소 연료인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그린 수소 등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담았다. 이번 연구의 분석을 담당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김진태 연구원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연료 도입이 필수적이며 친환경 선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해수부의 목표가 IMO 대비 급진적인 만큼 선종별 맞춤 감축 계획을 수립해 효율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벌크선(특별한 포장 없이 곡물, 광석, 시멘트 등을 대량으로 운반하는 선박), 컨테이너선, 유류선 등 3종이 특히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세부적인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운은 전 세계 무역 거래의 90%를 책임지며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의 2.9%에 달한다. 국가로 치면 온실가스 배출 세계 6~8위(브라질, 인도네시아, 일본) 수준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해운을 통한 수출입 비중이 99.7%에 달하기 때문에 해운 분야 탈탄소의 필요성이 크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해운팀 연구원은 “해수부의 현 감축 계획이 IMO 등 국제해운산업의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결국은 목표가 달성돼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전후가 탄소중립 달성의 분수령인 만큼, 화석연료 기반의 연료 활용 계획과 이에 들어가는 사업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비화석 연료로의 예산 확대 등 정책 방향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